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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리아스 완독 후기 (분노, 공감, 용서) 솔직히 고백하자면, 저는 일리아스를 읽기 전까지 트로이 전쟁을 그냥 '신화 속 싸움 이야기'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. 그런데 완독하고 나서 든 생각은 전혀 달랐습니다. 분노로 시작해서 용서로 끝나는 이 서사시가, 제가 형과 치열하게 싸우고 화해했던 기억과 이상하리만치 겹쳐 보였거든요.일리아스, 트로이 전쟁의 '전부'가 아니다일리아스(Ilias)라는 제목부터가 흥미롭습니다. '일리온(Ilion)의 이야기'라는 뜻인데, 일리온은 트로이의 옛 이름입니다. 영미권에서 흔히 '일리아드(Iliad)'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.그런데 막상 책을 열어보면,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 전체를 다루지 않습니다. 전쟁 마지막 해, 고작 50일간의 전투만 집중적으로 조명합니다. 제가 어릴 때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책에.. 2026. 11. 4.
책 오래된 연장통 진화심리학 자기이해 인간본성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. 아침마다 감사 일기를 쓰고 명상을 하면서 '오늘은 다를 거야'라고 다짐했는데, 점심쯤 되면 어김없이 마음에 안 드는 동료 얘기로 뒷담화를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. 그때마다 '내가 아직 수양이 부족한 모양이다' 싶어 자책했는데, 전중환 교수의 《오래된 연장통》을 읽고 나서야 그 자책이 얼마나 억울한 것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.진화심리학이 말하는 인간 본성진화심리학(Evolutionary Psychology)은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자연선택(natural selection)의 산물로 해석하는 학문입니다. 여기서 자연선택이란,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특성을 가진 개체가 더 많은 자손을 남기는 방식으로 종의 형질이 변화해 온 과정을 의미합니다. 다윈이 《종의 기원》에서 "훗.. 2026. 11. 2.
책 클루지 진화심리학 인지편향 행동경제학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가 방금 한 말이 기억나지 않아 당혹스러웠던 적, 혹시 있으신가요? 저는 꽤 자주 있습니다. 처음엔 그냥 제가 게으르거나 산만한 탓이라고 생각했는데, 진화심리학 관점으로 인간의 불완전함을 다룬 책 를 읽고 나서 그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. 우리가 결함이라 부르는 것들이 사실은 수백만 년 진화의 흔적일 수 있다는 것, 그 얘기를 꺼내보려 합니다.우리 뇌는 왜 이렇게 자꾸 삐끗할까 — 진화심리학이 설명하는 인지편향'클루지(Kluge)'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. 뒤엉키고 잘못 설계된 구조물, 한마디로 엉망진창인 무언가를 뜻합니다. 책은 그 대상이 다름 아닌 인간이라고 말합니다.신체 구조부터 시작해봅시다. 인간의 척추는 하나의 기둥입니다. 네 발로 다니던 조상에서 .. 2026. 11. 2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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